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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E, HPP 기술도입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는 장지수 사장_1976.4.8

 
 



02

선택!
니폰산소냐,
고베스틸이냐!

 


일본 정부와 지루한 공방전이 끝나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1976년 3월 여수공장 건설사업을 총괄할 건설본부가 설치되었고, 본부장에 최병오 전 부사장이 선임되어 공장건설을 진두지휘해 나갔다.
호남석유화학 여수공장용지가 1976년 5월 1단지 동쪽 82만㎡(24만 8,000평)로 확정되고, 공장 건설을 위한 각 기술도입 계약(HDPE-미쓰이, PP-미쓰이도아쓰, EG/EO-SHELL개발)이 1976년 4월경 완료되자 본부 산하 동경사무소는 숨 돌릴 틈도 없이 바빠졌다.
최병오 본부장을 필두로 실무단이 도쿄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먼저 최병오 본부장은 일본 실무진과의 업무분담 과정에서 사무소의 통용어를 일본어로 정하고, 설계기술부분은 일본 실무진이, 나머지 기기 구매권과 견적서 발송, 가격결정권은 한국 측이 100% 맡기로 정했다.
이 같은 결정은 차관으로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한 푼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우리 쪽 실무진의 비장한 각오에서 나온 것이었다. 차관사업은 원래 예산의 100%를 초과 집행하는 게 관례였지만 차관은 결국 갚아야 하는 돈이기에 그 절박함이 더했다.
이런 정신은 EO/EG공장(EG공장)에 들어갈 에어플랜트 발주과정에서 빛을 발했다. 처음에 일본 측 실무자들은 에어플랜트 업체로 산업용 가스 생산업체인 니폰산소를 강력하게 밀었다. 유화업계 설비 수주 경험이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최병오 본부장은 철강업체인 고베스틸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일본 측은 석유화학업체와 철강업체가 생산하는 가스가 질적으로 다르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미 충주비료 재직 시절 에어플랜트를 건설해 본 경험이 있는 최병오 본부장과 호남석유화학 구매 담당자는 일본 측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가스가 석유화학용과 철강용으로 구별해서 나오느냐고 따지고 들었다. 결국, 추가 업체로 고베스틸을 물망에 올려 두 회사를 경쟁시켜 최종적으로 고베스틸로 결정했다. 이런 과감한 결정에는 니폰산소는 공장 기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기기를 구매해 산소공장을 운영하는 회사임에 반해, 고베스틸은 압축기며 열병합 기기 등을 자체적으로 제작해 운영하는 회사인만큼 가격 인하 요인이 더 크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이 계산은 적중해 에어플랜트 발주 부분에서만 약 20~30%의 예산 절감을 할 수 있었다. 또 각종 계약에서 일괄수주방식을 지양하고, 실비정산 계약을 채택해 설계 및 기자재 구매를 직접 관장함으로써 협상 경쟁력을 한층 제고시켰다. 이 같은 노력으로 애초 460억 엔 예정차관의 60%인 261억 엔으로 공장을 완공해냈다. 예산 초과집행이 관행이었던 시절 이 같은 성과는 가히 경이적인 일이었다. 이는 일본 차관 공여 사업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스토리북

홈 스토리북 01 Chapter 롯데케미칼의 탄생 Section 01 롯데케미칼 창업전사(創業前史) 2. 선택! 닛폰산소냐, 고베스틸이냐
Section 01 롯데케미칼 창업전사(創業前史)